한입


  나는 해가 바다의 지평선 위에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아까만 해도 밝았는데, 점점 어두워진다.
잘 읽히지도 않는 책들을 덮고 펜을 놓았다. 밖을 바라본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바람 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이젠 추억에 불과한 기억 속의 친구들을 생각한다. 거실로 가도 여전히 캄캄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 소리를 내는 배를 잠재우려 저녁을 먹으려 한다. 음식을 사러 밖으로 나섰다.
조금 쌀쌀하다. 아직도 밖은 겨울인가 보다. 귓불 사이에서 바람 소리가 들린다.
느리게 걷는다. 거리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가야 할 곳을 떠올렸지만 다른 곳으로 갔다.

  이름도 모르는 도시를 걷는다. 쓸쓸한 기분이 난다. 주위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내가 덮고 나온 책에서 본 구절을 떠올린다. 그것이 친구들과 관계되어 있음을 생각한다.
결국, 나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친구들의 상황도 떠올려본다. 모르는 누군가 다가온다.
조금은 이상한 옷을 입고 있다. 자세히 봐도 누군지 떠오르지 않는다. 나에게 말을 건다.
"되찾고 싶어?" 나는 그를 쳐다본다.

  그와 함께 걸어 호수에 도착한다. 호수에서 그와 놀이를 한다. 조금은 쓸쓸함이 사라진듯하다.
어느새 거리는 완전히 캄캄해졌다. 호숫가에 앉는다. 그가 나에게 보고 있던 책을 보여 달라 한다.
나는 책에서 구절을 찾아 적었던 노트를 보여준다. 그는 노트를 한참 보더니 물에 던진다.
종이가 흐물흐물해지고 찢어지고 사라진다. 나는 그를 쳐다본다. 그도 나를 쳐다본다.
"집에 가봐."

  그를 호수에 남기고 집으로 갔다. 새로워 보이는 길을 걸으니 집이 있다.
캄캄한 집에서 캄캄한 거실로 간다. 거기에 날 버린 친구가 있었다.
그는 분명히 호수에서 사라져버린 노트를 들고 있다. 그가 말한다.
"되찾고 싶었어?" 그는 나를 버린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