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우리가 실수로 떨어진 진창이었다 / 누


  영원 같았던 불꽃이 죽고 순식간에 하늘은 무뚝뚝하게 녹아내려, 밖에서는 넋을 놓은 채 촛농이 떨어진다. 그곳에는 어둠이 자리하고 나는 펜을 놓는다. 시야를 바꿔, 다시 암흑을 마주하면 꼭 존재하지 않는 질소 섞인 휘핑크림마냥 쓸쓸하게 바람이 지나간다. (아니면 크림이 바람을 지나가는 걸까) 조금 더 멀리, 더 멀리에서는, 새가, 기껏해야 장식밖에 되지 않을 새가, 구슬피 운다. 그리고 그곳에는 책상이 자리한다. 나는 떠난다. 시간에 삼켜진 지 한참은 되었을 생각이 다시 지나간다. 그대는 A이다; 나는 거실로 간다. 뚝, 뚝, 열은 금방이라도 내 손을 데게 할 것 같다가 순식간에 부서져 내린다. 여전히 밤은 그곳에 있다.

  식사를 하자. 하지만 없다, 음식은. 나는 없는 것을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보호받지 못해. A도 없다. 나는 다시 바람을 맞는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이곳에서 채울 수 있을까? 없다.

  나는 다른 곳으로 간다. 모르는 도시를 걷는다. 뚝 뚝.

  다시 아무도 없다. 나는 나에 대한 것을 생각하다, 동시에 나에 대해서 잊어버리고 A를 생각한다. 내 생각, 그것은 A이다, A는 필연적으로 관계되어 있다. 바람, 휩쓸려, 숨 쉴 수 없는 공기가 춥다. 나는 펜에 대하여 생각하고 A를 암시하는 낯선 사람을 맞닥뜨린다. A만큼이나 특이한 모양이다. 그게 누구일까 - 그대는 계속하여 낯선 사람이다. 나는 그대를 향해 눈을 치켜뜬다. 우리는 모르는 도시에서 열심히 걷는다, 호수를 향해.

  놀이를 한다. 이제 밤은 우리를 뒤덮는다. 가장자리에 앉아 누군가 - 그래 바로 그대이다 - 에게 나는 펜을 전부 내어준다, 그대가 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대는 그걸 관찰하는 듯한 표정을 한참 짓다가도 - 읽을 수 없다. 당연하지: 던져버린다. 그것은 다시 녹는다. 나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대를 쳐다보았다 그대는 그냥 나를 빤히 읽더니 집에 가라고 하였다 하여 나는 집으로 (갔다).

  낯선 사람을 집에 남겨두고 호수에 간다 아니 호수에 남겨두고 집에 갔다, 이것은 낯선 길 그대는 낯선 사람 아아 나는 나는 집에 간다 불을 켜지 않는다 불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다 녹아버렸는데 어떻게 불을 붙이란 말인가 그리고 나면 그대는 A는 그곳에 있다 거실에 있다 펜으로 하던 것을 들고 아아 A는 호수를 전부 들고 왔다 눈물을 들고 왔다

  A가 발언한다, 되찾고 싶었니

  나는 되찾고 싶었다 정말로 그걸 되찾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너를 되찾고 싶었다 (애당초에 < 그것 >은 무엇이란 말인가) 다만 이제 하지만 이제 그것은 모두 불어져 꺼지고 녹아 지나가 빠지고 잠겨 아무 것도 모르는 나에게는 읽을 수 없는 나에게는 그대에게는 그저 낯설 뿐이지, 그렇지 않은가 아니 안 그런가 -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A가 주거공간에서 나를 쳐다보고 나는 나는 A를 안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하지만 나를 덮은 것은 A였고 나에게 덮어씌운 것도 A였고 그 (이제 A) A가 말한 것은 A 또한 불어져 꺼지고 녹아내려 (당신만이 아는 그곳에) 잠긴 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그리고 A가 그것을 잃어버린 것은 미리 우리가 알았어야 할 것을 알아차린 때였다고 우리는 모든 것을 펜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깨닫는다

  영원했을 거야, A가 말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을 거야
  그걸 아는 사람도 없었을 거야
  우리는 죽어있었겠지, A가 또 속삭인다

  하지만 우리는
  어둠만이 가득한 주거공간에 서 있다

  A가 결론짓는다
  그곳은
  그곳은